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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못하는 수리영역 5등급 공대생도 엔지니어합니다.

by 긍정왕수전노 2019.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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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학에서 전자공학 전공 후 학사만 퍼뜩 마치고 어느 대기업에 취직하여 전기전자엔지니어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제 분야는 임베디드, 차량진단, 차량통신쪽 입니다.

오늘 문득 필드 테스트를 하면서 제 지난 수능이야기와 대학교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저어기 빛고을 광주에서 초중고를 모두 나왔고 대학교때 인서울하면서 타지생활 한지는 10년이 조금 넘어갑니다.

고등학교시절 저희 동네는 핫바리 대학을 가더라도 무조건 인서울하자는 의식이 선생님과 학생들 사이에 강하게 퍼져 있었습니다.

참 뭣도 모르던 제가.... 어느정도 몰랐냐면 고1까지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대학교는 삼촌이 다녔던 "한양대학교"인줄 알았던 우물안 올챙이였습니다.

그전까지는 서울 딱 2번 가봤거덩요...ㅎ 가족들과 함께 새벽기차타고 서울구경 갔을 때 1번, 우연히 과학상자 경진대회에서 시대표로 영등포 어디 있는 중학교 가봤던 적. 당시에 63빌딩 앞까지는 가봤는데 올라가는 법을 몰라서 돌아갔던 기억이 ~~@@

 

아무튼 고3때도 당시 최고 인기를 누렸던 "김태희"배우 사진을 공책에 붙여놓곤 인서울해서 김태희 같은 여친 사귀겠다는 목표를 다졌었죠.ㅋ (지금 와이프는 제 눈에 김태희보다 훨 낫네요 데헷~!)

 

저는 개인적으로 언어와 수학은 확실히 타고난 머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의입니다.

어렸을때부터 활자중독일만큼 동화책, 소설책, 심지어 샴푸뒤에 씌인 설명문구조차 섭렵할 정도였죠.

반면 수학은 약하다는 걸 저 스스로 잘 알고 있었습니다. 구구단을 대략 국민학교 3학년에서 4학년 넘어갈때 다 외웠던 것 같아요. 약간 부진아끼가 있었죠.

 

고등학교 모의고사때도 언수외과 중 항상 수학이 조금 떨어졌지만 그래도 서울에 있는 이름들어본 대학교 지원 가능권은 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2005년 11월 수능날... 제 인생에 아주 인상깊은 사건이 터집니다.

06년 수능은 언어가 매우 쉬웠고 심지어 다풀었는데 시간이 30분이나 남아서 몇 번이나 검토를 했었죠. 

저는 속으로 "아- 이거 언어는 만점각 나오는거 같고 나머지만 평소대로 보면 그 좋은 한양대도 갈 수 있겠구나"했습니다. 근데 알고 보니 남들도 다 쉬웠음..ㅋㅋ

 

이어서 기분좋게 2교시 수리영역 시험지를 받아들고 열심히 풀어제꼈는데 어라 이거 뭔가 이상합니다.

평소 수리영역도 유형을 외워서 푸는 식으로 공부했는데 웬걸 처음보는 유형의 문제가 처음부터 쏟아 지는 겁니다.

그래도 하는만큼 했습니다.

한 절반쯤 풀었나? 감독관이 20분 남았으니 마킹안한 사람들은 시간분배를 잘하라고 하더군요.ㅎㅎㅎㅎㅎㅎㅎㅎ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이 차가워지더니 이내 저는 허둥대기 시작합니다.

대략 주관식 앞에 쉬운거 몇개 풀고 나머지는 다 찍었습니다. 

쉬는 시간에 마침 반 2등이 저랑 같은 시험실이라 "수리 어렵지 않았냐? 이거 표준점수 높겠는데?" 라고 물으니

조금 어렵긴 했지만 그렇게 막 어렵진 않았다... "띠-용"

 

 

어머니께서 싸주신 김치볶음밥 도시락을 먹는둥 마는 둥 3교시 외국어, 마지막 과탐을 자포자기로 보고 나와서 가채점 해보니 세상에나...

 

100점 만점에 49점!!!!!!!!!!!!!!!!!!!!!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당시 수능본 소감을 고등학교 모둠일기 게시판에 후배들 보라고 적기도 했었다... 20살 감수성 후-

 

그래도 다행히 나머지 영역은 평소보다 잘봐서 배치표에 총점을 다 보는 전형이 있는 대학교들로 지원했고

최종적으로 마포구에 있는 어느 학교에 들어가게 됩니다.

과는 막연히 삼성전자 갈 수 있을거 같아서 전자공학쪽으로....ㅋ

 

 

공대생이다보니 수학은 끝까지 절 쫓아 다니더라구요.

그래서 최대한 수학 덜하고 외운걸로 써먹을 수 있는 전공을 골라듣기 시작합니다.

통신쪽은 특히나 수학이 많이 들어가는 분야라 딱 신호와 시스템까지만 듣고 그쪽 테크는 바로 포기해버렸습니다....


대학교때도 수학을 못했나 봤더니...

역시나였다. (공업수학은 선생님 잘만나서 본 주제와 맞지 않는 학점이라 패스)


 

그래도 전략적으로 제 진로를 모색하다보니 "임베디드"라는 분야가 저와 맞다는걸 동아리 활동으로 깨닫게 되고 그쪽으로 나가게 됩니다.

덕분에 취업도 적성 살려서 하게되는 천운을 얻게 되었죠. (두드리면 열릴지다!)

 

공교롭게도 회사에 들어와서 첫 배치받은 팀이 말그대로 수치제어기를 만드는.... "하ㅡ (공대생에게 수학은 정말 중요한게 맞긴 맞아요.") 곳이었습니다.

같은 팀 박사님이 "편미분으로 어쩌고 저쩌고~ 이걸 프로그래밍을 해야하는데 어쩌고~"

또한번 위기가 왔지만 다행히 그 안에서도 수학을 피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결국 수학 못하는 엔지니어인 저에게도 임베디드 분야는 그럭저럭해볼만한 영역이었습니다.

프로그래밍언어를 논리적으로 작성하고, 회로도 읽고 해석해서 또 이걸 프로그램에 반영하고, 반도체 소자내부 구조를 이해하고 속도와 효율 높이는 일 등등

이 분야에서의 경험과 커리어를 쌓아서 몇차례 이직과 면접을 경험해 봤고 어느정도 통하는 걸 경험해본 바로...

선천적으로 수학못하는 사람도 엔지니어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아무튼 진로를 고민하는 여러 공대생분들, 고등학생, 중학생 분들도 수학때문에 더큰 꿈을 포기하지 말고 원하는 전공 선택해서 그안에서 수학적 능력이 조금 부족해도 잘 할 수 있는 필드를 발굴해내길 응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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