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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족 다이어리

ep 23. 나는 흙수저가 아니다.

by 긍정왕수전노 2023. 1. 29.

토요일에 동생네 집으로 어머니가 올라오셔서 아내랑 점심을 함께 먹고 왔습니다.

원래부터 우리 집안 사정에 큰 관심이 없던 동생은 대학원 졸업할때까지 그 어떤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도 없고,
그 비싼 대학교 등록금을 집에서 다 받고 다녔어요. 오히려 장학금을 받으면 그 돈을 저희 용돈으로 환불(?)까지 해주셨어요.
(저 역시 마찬가지...ㅋ 참고로 둘다 서울에 있는 사립대 공대 졸업)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동생입장에서는 우리집이 서울 중산층 가정에 사는 대학교 동기들네 집안과 비슷한 수준은 되는가보다 인식하게 되었고
이게 어떠한 가족간 갈등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우리집안 살림이 이정도로 펴게 된 것도 근 10년내의 일 일뿐이거든요.
참 다행인 것은 공장을 운영하셨던 부모님께서 성실하고 정직하게 노동을 통해 돈 버는 것의 중요성, 검소한 생활, 허황된 꿈을 꾸지 않는 현실주의,
그리고 마지막 퍼즐인 "건물, 아파트, 땅을 모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잘 알고 계셨기에
우리 가족은 더이상

흙수저라고 표현하면 안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2020년 ~ 2022년에 이르기까지 코로나 팬데믹때문에 강제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풀린 엄청난 돈 덕분에 부동산도 주식도 그야말로 버블이 끼게 되면서
벼락거지라는 둥, 회사에서 일해가지고 번 돈으로 부자가 되겠냐는 둥 노동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투자에 열광하는 풍토가 조성되었습니다.

저 역시 부동산 버블이 일어나기 직전에 분양권 1개, 갭투자 1채, 주식 약 6천만원 정도를 보유하면서 버블의 단맛을 좀 보긴 했는데요.
그런데 그뿐이었습니다.
나만 부자가 된게 아니고 자산이 있는 사람은 다같이 부의 수준이 올라갔기 때문에 제가 특출나게 부자가 된 것은 아니었죠.

가난하고 부유한 것은 어차피 상대적인 개념이니까요.

얼마전에 할머니께서 돌아가셨고 으레 장례식장에서 돌아가신 분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던 중,
제가 평생 살면서 크게 오해 하고 있던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광주에서 가까운 곳에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평생 농사를 지어오셨던 몇 천평의 논과 90년대 초반 양옥집으로 멋지게 지었던 할머니댁이
증조할아버지께 대대로 내려오던 것을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6.25 한국전쟁이후 그야말로 찢어지게 가난한데 남의 집 품을 팔아가며 다랭이논을 조금씩 사모아서 지금의 논의 모습이 완성된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다랭이논

자식 4남매를 키우면서 이렇게 논과 밭을 사모으시기까지 얼마나 치열하게 사셨을지 저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제가 저희 아버지, 삼촌들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께 정말 이거 하나 감사하다 싶은 것은 그런 성실함을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지상파 방송, 유튜브 같은데서는 자꾸 극소수의 잘난 사람들만 비춰주니 이런 평범하게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 자체가 평가절하 되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정도도 살아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데 말이죠.



저는 여기서 아주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저또한 87년생 MZ세대로써, 코로나 버블을 직접 경험하고 수혜도 일부 입은 입장에서,
과거 대비 부자가 될 수 있는 정보 취득이 블로그나 유튜브를 통해 얻기 편해졌을 뿐
부를 쌓아나가는 진리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종잣돈을 만들 수 있는 노동의 소중함", "성실하게 자산을 쌓아가다보면 언젠가는 부자가 된다.", "벼락부자는 허상이다."

아마도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자산을 일구기 위해 농사에 들인 노력을 요즘의 재테크 전략에 들이는 노력으로 바꾼 다면,
서울에 빌딩 하나쯤은 세우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손자 입장에서 어쨋든 집안 어른에 대해 이정도라도 프라이드와 감사함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저는 큰 행운인 것 같습니다.

고로 저는 이제 어디가서 제 수저를 소개할때 이렇게 하겠습니다.

저는 금수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흙수저는 아니에요. 스테인레스 수저는 될걸요?



https://etfplant.tistory.com/m/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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