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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 민족(배민)의 딜리버리 히어로 매각에 대한 단상

by 긍정왕수전노 2019.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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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버리히어로(DH)의 배달의민족 인수 (또는 배민의 4조8000억원대 지분매각).
여러모로 한국 스타트업을 넘어 기업 역사에도 큰의미가 있는 거래입니다.
놀라움과 함께 아쉬움도 큰 딜. 4가지 관점으로 해석해봤습니다.

1. 한국 기업이 글로벌 규모로 시장을 뒤흔드는 딜은 기존 대기업보다 IT, 스타트업이 하고 있다

-‘재벌구조’ 중심의 한국 기업들의 역동성이 떨어진 가운데 그마나 글로벌 규모로 판을 뒤흔드는 딜은 IT, 스타트업이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시아의 초대형 인터넷 공룡을 만들어러낸 네이버 ‘라인’-소프트뱅크 ‘야후재팬’의 경영통합 딜이고 두 번째가 이번 DH-배민 딜이다.
-DH-배민은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하고 배민이 아시아 사업을 하기로 했는데 현재 배달앱 시장이 국내외에서 글로벌 수준으로 치열한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딜리버리를 한국 기업이 주도권을 일부 가진다는 의미가 있다.
-한국 대기업들은 현재 지배구조의 취약함, 막대한 레거시 등으로 인해 글로벌 규모 딜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회사가 적잖은데 그나마 IT 기업들이 글로벌 야심을 가지고 딜을 성사시키고 있는데 그 의미가 적잖다.
-하지만 많은 중국 기업들이 어려움(미중무역전쟁)이 있음에도 ‘글로벌’은 분명히 월드시리즈인 미국을 타깃으로 하는데 한국 기업들의 미국 시장 도전이 멈춘 것 같아 아쉽다. 미국 시장에 도전하는 야심찬 한국 기업들을 보고 싶다.

2. $4B은 빅달이다

-이번에 배민은 $4B (4조8000억원)에 평가됐다. 이는 현재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푸드딜리버리 업체 그럽허브의 시총($3.98B)과 비슷한 규모. 상장을 준비 중인 포스트메이츠의 $2.4B, 영국의 딜리버루($2B) 보단 높다. (그러나 우버이츠 약 $20B(단독 상장의 경우), 도어대쉬의 $12.6B 보다는 낮다)
-올해 구글이 핏비트 인수한 $2.1B 보다 높은 규모의 딜이다.
-한국의 배달앱을 40억달러 규모로 키운 것은 대단한 성과이며 경영진과 투자자들의 뚝심이 만들어냈다. 특히 배민의 핵심 투자자인 한킴 알토스벤처스 대표는 한국스타트업에 투자를 적극 추진하면서 “한국 시장이 결코 작지 않다. 장점이 많다”는 투자 철학을 여러차례 나타냈는데 이 사실도 증명됐다는 의미도 있다.
-누구(기업가, 투자자)는 한국 시장이 좁아 한계가 있다고 불평하고 한탄지만 누구는 시장을 만들고 키워낸다.
-이번에 딜이 성사된 것은 최근 인터넷 및 모바일 기반 사업은 글로벌로 통합하지 않으면 금새 한계에 노출되는 약점을 보이기 때문이다. 스쿠터(마이크로모빌리티) 사업을 보듯 카피가 쉽고 진입장벽이 낮다. 인프라(클라우드)도 거의 비슷하고 경영 방식도 비슷하다. 차별화가 힘들고 비즈모델도 취약한데 타시장 개척도 쉽지 않다. 거점 시장 장악 후에도 경쟁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시장 규모를 못키우면 금새 피인수 타깃이 된다. 배달의 비즈모델도 취약하다. 따라서 배민도 고심 끝에 내린, 벨류가 가장 높을 때 내린, exit 결정이라고 보여진다.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을 소프트뱅크가 장악(?)한 가운데 음식 배달은 이제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DH)가 글로벌 플레이를 하는 업체로 이름을 내밀게 됐다. 그러나 외국 기업인 DH우아가 타깃으로 하는 아시아 배달 시장... 각국 로컬 킹들이 강력해서 공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배민의 1기(한국시장)가 온갖 경쟁을 뚫고 여기까지 왔는데 2기(아시아)는 더욱 쉽지 않은 시장을 상대해야 한다.

3. IPO는 왜 안됐을까

-김봉진 대표는 “창업자로서 직접 상장을 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했다. 실제 투자자나 배민 내부에서도 상장도 적극 검토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국 대표 스타트업 중 하나였던 배민도 상장을 하지 못했다. 기업인에게 상장은 축하보다는 압박이다. 관리 비용도 많이 든다.
-그러나 기업은 혼자하는 것이 아니다. 사모투자 단계를 넘어 상장을 통해 기업을 공개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성장의 과실을 일부 투자자나 경영진, 임직원들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나눠가질 수 있다. 기업도 상장을 하면 그 자체로 추가 성장을 위한 투자금을 마련할 수 있고 상장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어서 향후 사업을 전개하는데 유리하게 된다.
-특히 배달앱의 성장, 일명 O2O 비즈니스의 성장이, 투자자, 임직원만 노력했다고 누구도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식당 주인들, 식당에서 일하는 종사자, 실제 배달을 하는 오토바이 기사분들이 오늘날 배달 시장 성장의 또 다른 주역들이다. 1원의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한시간 일찍 오픈하려 노력하고 더 받기 위해 새벽부터 뛰어다니던 분들이다. 배민의 $4B 기업가치에는 이분들의 노력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IPO는 이런 분들에게도 과실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었다.
-이는 올해 우버와 리프트 상장의 명분이기도 했다. 우버, 리프트는 택시 기사들이 하루종일 운전하는 노력 때문에 성장했는데 그 과실은 일부 투자자, 임직원만 가져가서 양극화를 유발한다며 많은 공격을 받았다(이때 블록체인 기술이 나와서 틈새를 공략했다). 우버와 리프트는 올해 모두 상장했는데 공개된 기업의 가치는 비상장(사모) 시절보다 낮아졌지만(정상화, 현실화) 우버는 에어택시,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 리프트는 해외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내심 배민의 상장을 기대했다. 배민이 워낙 어려운 시절을 잘 넘어오기도 했고 AI, 로봇, AR 등 딥테크에도 관심을 보이고 투자하려 해서 배달앱을 넘어서 미래 기술 기업으로의 변신을 기대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 스타트업 중 하나여서 상장의 모범을 보이면 후발 스타트업들도 '상장'을 따라갈 수 있다.

4. 한국 자본시장은 반성해야 한다

-배민의 결정은 아쉽지만 이해는 간다. 하지만 더 아쉬워해야하고 반성해야할 분야는 한국의 자본 시장이라고 본다.
-배민의 기업가치 $4B는 코스피 시총 기준 50~55위권이고 단숨에 코스닥 기준 1위 기업이 된다. 웬만한 한국의 50년 전통 기업보다, 바이오 기업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혁신이 있냐 없냐고 탁상공론하는 사이에 외국계 투자자들이 리드하고 시장과 가치를 키웠다. 벤처 투자자들이 모험을 하지 않고 은행처럼 안정 투자를 하려한 것도 ‘배민’ 같은 기업을 발굴하지 못했던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한국 증권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고 글로벌로 인정받았으면 배민을 IPO를 통해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증권시장은 기업 실적보다 바람(분위기, 지배구조, 테마 등)이 우선시 되고 내제 가치보다 외부 변수가 주가에 큰 영향을 준다. 홍콩 수준만 되도 IPO를 할만했을 텐데 배민을 받아줄 시장이 아니었던 것이다.
-올들어 G20 증시 대부분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코스피지수는 G20 국가 가운데 상승률이 꼴찌다.
-한국 증시는 삼성전자에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30%가량을 의존하며 반도체 시황에 따라 지수가 출렁이는 상황이 10년째 반복되고 있다. 내년에도 한국 증시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만 바라보게 돼 있다.
-한국의 대표 스타트업 중 하나로 꼽힌 배민이 M&A를 통한 exit을 결정했는데 지금 뜨는 스타트업들도 IPO를 검토해서 ‘공모’하려는 회사가 얼마나 있을까 의심이 든다. 결과적으로 한국 자본시장은 배민을 놓쳤다. 일반 투자자들은 투자 대상으로 꼽을만한 괜찮은 괜찮은 기업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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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세금 잘 내고 고용 많이 하는 회사가 한국회사 입니다.
위치는 외국에 있어도 달러 벌어서 한국으로 송금 많이 하는 회사가, 외국에서도 한국인들 많이 고용하는 회사가, 한국 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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