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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 구조조정 소식 - 29세 희퇴자의 소회

by 긍정왕수전노 2020.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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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긍정왕수전노입니다.

결국 소문만 무성하던 일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바로,,,, 두산중공업 희망퇴직 소식인데요.

이미 기사는 다 뜬것 같고 지상파 뉴스에 나오는 일만 남았네요.


긍정왕수전노는 올해 34세, 직장생활 9년차에 접어 드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하지만 과거 이력은 특이하다 생각하는데 결국 현시대를 함축적으로 반영하는 이력이라 할 수 있겠네요.

간략히 시간 순서로 나열해 볼게요.

 

> 25세 : 대학교 4학년때 모 대기업 하계인턴으로 합격하여 2학기 개강 직전에 최종 신입공채 합격

 

> 26세 ~ 29세 : 인턴때 발령받은 팀에서 천진난만?하게 일함.

업무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하드웨어를 이해하고 그것을 구동시키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음.

선행개발부서여서 흡사 대학원 같은... (실제로 부서에 석사, 박사가 많고 긍정왕수전노 같은 학사는 손에 꼽을 정도)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관심도 없고, 그냥 새로운거 배우는게 즐겁고, 커리어 잘 쌓으면 나중에 이직하기 쉽겠다 이정도 생각으로 다님.

=====> 결론적으로 양산관련 업무가 없었기 때문에 회사 매출 기여도는 미미한 수준

 

> 29세 12월 : 회사 경영사정이 어려워져서 대규모 감원실시 약 30%. 직급, 나이 무관. 

업무상 당장 없어도 회사 돌아가는데 지장없는 인원들 위주로 면담시작.

향후 3년 후 쯤에나 양산될 아이템을 개발하던 긍정왕수전노는 갓 대리로 진급한 상황이었지만 역시나 대상에 들어감.

"짤림"

 

> 30세 1월 : 실업급여 수급자가 됨. 고용센터 고육을 받고 매달 얼마간의 실업급여를 받으며 이직 공부

당시 제가 받았던 취업희망카드. 실업급여신청시 발급해주며 교육시마다 지참해야함!

 

> 30세 1월 말 ~ 3월말: 그간 쌓아온 커리어 덕분에 외국계 자동차 반도체 회사의 필드 어플리케이션 엔지니어로 합격

여기서 잠깐.

자유로운 외국계의 문화를 동경하는 취준생 혹은 국내기업 회사원들이 많이들 있던데

직접 경험해본바, 자유로운 만큼 책임도 상당한게 외국계기업입니다.

FAE로 입사했는데 조직도를 보면 저는 영업조직이지 결코 연구개발조직이 아니더군요.

영업이란.... 결국 고객사를 만나서 1인당 얼마간의 매출을 발생시켜야 그 존재의 이유가 있는 포지션이고 그놈의 고객사를 만족시키려면...

그야말로 서바이벌입니다. 인생 실전이다. x만아 라는 말이 딱 체감하게 됩니다.

외국계 필드에서 인정받는 분들은 동종업계 이직을 통해 연봉 뻥튀기가 가능하고, 간혹 외국계 본사로 아예 이직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저 입사하고 3주있다가 부장님 한분 독일본사 정규직으로 가심 ㄷㄷㄷ)

 

> 30세 4월 ~ 31세 12월 : 외국계 입사전에 미리 봐뒀던 국내 다른 대기업에서 합격통보를 받고 외국계를 관두고 다시 국내 대기업 생활을 시작합니다.

저를 경력으로 뽑은 이유는 명료합니다.

100억짜리 프로젝트를 수주했고, 이 일을 시키기 위해...

업무는 동일했습니다. 그간 갈고 닦아온 자동차쪽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개발이었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총 10명 정도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1인당 평균만 내도 10억원어치의 일을 해야 했고, 제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정말 영혼 갈아 넣으면서 일했던 것 같네요.

밤 낮으로 고객사 컨퍼런스콜 해야지, 개발해야지...

그러다 결국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 망가졌습니다.

 

> 32세 1월 ~ : 다시 다른 대기업에 입사했습니다.

다행히 이곳은 재무적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 빼고는 업무강도, 사업성, 조직문화가 저랑 잘 맞아서 정착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먼길을 돌고 돌아 여기로 왔는데 이제는 회사생활의 섭리를 어느정도 깨달은 것 같습니다.

여기 입사할때 다시금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이거 신입때는 정말 아무 생각없이 싸인해서 내라니까 시키는대로 싸인해서 냈는데,

정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서류입니다.

맞습니다.

회사와 나는 철저히 계약관계입니다.

회사에서 받는 월급있죠? 우리는 그거의 몇 배는 생산성을 발휘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회사가 나를 고용해야할 당위성을 갖게 됩니다.

본인의 월급이 짜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다니고 있는 회사의 영업이익률이 얼마나 되는지도 한번 살펴봐야 합니다.

영업이익이 안나오니 본인 월급도 많이 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만약 영업이익률 잘나오는데 월급을 안준다? 그럼 악덕기업입니다. 이직 준비해야죠~ 우리의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본인이 하고 있는 업무가 과연 우리 회사 매출에 어떤식으로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봅시다.

그게 잘 보이지 않는다면 팀장님, 상무님 혹은 사장님 면담이라도 해서 물어보고 확인해봐야 합니다.

업무가 편하다고 그냥 이 일 계속할래~ 하다가 회사 어려워지면 구조조정 1순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본인의 업무가 매출 기여도가 현격히 낮다면요. (혹은 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직무도 있긴 하던데... 가령 전기, 통신, 건물 관리자)


두산중공업 희망퇴직 사태도 결코 남일 같지 않습니다.

면담할때는 처음에 당황스럽다가 점차 담담해지다가... (내 옆 동료들도 나랑 비슷한 처지에 처해있으니까 서로 위안이 됨)

평일에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 있음을 직감하는 순간 다시 한번 좌절감과 패배감을 맛보게 될겁니다.

실업급여 교육을 받으러 가서도 2차 충격을 받게 될 것이구요. (내가 왜 여기에 있지?)

 

만 45세 이상만 대상으로 한다는데... 당장 나는 나이가 어리니까 남일같이 느껴진다면 큰 오산이고 착각입니다.

만 45세 이상에서 희망퇴직자가 충분히 나오지 않으면 분명 전 직급별로 실시할 것이고,

이런 경우 가장 매출비중, 영업이익률이 낮은 쪽부터 정리할 겁니다.

 

이미 한번 회사생활의 우여곡절을 겪어본 사람으로써,

본인이 다니고 있는 회사에 충분히 매출을 기여하고 있는지, 내가 돈 받는 만큼 역할을 하고 있는지 다시금 되새겨보고,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하려면 어떻게 커리어를 쌓아갈지도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회사와 나는 계약관계지 가족같은 혈연관계가 결코 아닙니다.

이 회사가 나와 고용관계를 중단해도 홀로서기할 수 있는 Plan B를 항상 마음속에 새겨야 할것입니다.

 

긍정왕수전노가 주식공부, 블로그 애드센스, 어플개발, 절약하는 소비습관(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이유가 여기서 부터 나왔습니다.

 

모두들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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