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족 다이어리

ep 2. 파이어족을 실패하고 꼰대가 되어가는 과정

긍정왕수전노 2022. 8. 22. 08:39

여름휴가에 붙여 썼어야 할 연차 5일을 미국 출장으로 탕진하지 못하는 바람에

근 4개월간 연차 12개를 소진해야 하는 기분 좋은 난관에 봉착했다.



그래서 오늘 그냥 별일 없는데 연차 내고 쉬고 있다.

오늘은 고기리 계곡에 나방이 물놀이 체험시키러 가려고 함! 김치볶음밥 도시락도 싸갈 거다. (계곡 바가지 ㄴㄴ)


이렇게 회사에서 떨어져 있는 기간이 길어나다 보면,

뭔가 나 스스로가 시시각각 달라지는 느낌을 받는데

1) 매사에 짜증이 덜 난다.

2) 세상이 좀 더 너그럽게 보이고 차분하게 보인다.

사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가 업무강도가 그렇게 높지도 않고 사람들도 꽤 좋다.

그런데 그냥, 8시 근무를 위해 매일 6시 17분에 일어나는 것부터 에러인데

(내 몸이 원하는 적정 수면 패턴 12시 취침 9시 기상)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오전 시간대를 회사 업무 쳐내느라 에너지를 탕진하고 나면

18시 30분 집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일단 방바닥에 드러눕고 싶은 마음뿐이다.

나는 담배도 안 피우고, 회사에서 티타임 가질 사람들도 별로 없기 때문에 근무 시간 내내 거의 자리에 앉아서 일하고

커피 마시고 화장실 정도 다니고 하는 게 전부다.

일이 적성에 맞는 편이라 가능한 건데 아무튼 하루 에너지를 회사에 거의 다 쏟아붓고 온다.


입사했을때부터 돈 부지런히 모아서 퇴사하고 떠나야지 했던 것도 11년차 직장인이 된 시점에
"돈도 넉넉히 주는데 떠나는게 맞을까?"
"내 명함값 없어도 내 자존감에 영향이 없을까?"
"회사 돌아가는 로직도 이제 좀 이해가 되고 내가 받는 만큼은 해줘야 지"
"회사가 잘되는 것이 내가 잘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 계속 빠져 든다.
그렇다.
시작됐다. 아직 자유분방한 학생시절 야생마 기운은 점점 사그라 들고 회사밖에 모르는 꼰대 형님이 나에게도 찾아오는 중인 것이다.


성실하게 살았다고 자부하는 꼰대 특.
남들에게 자랑할만한 차와 집을 마련한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낌.
사는게 지치고 힘들 때,
내가 일군 재산들 눈으로 확인하고 가족들 반응 보면서 그걸 위안으로 삼으면서 또 내일 출근을 준비한다.

이 중에 1대가 내꺼


그런데,
이게 맞나? 이렇게 살다가 늙어서 죽는게 맞나 싶다.
스스로 세상 흘러가는대로 날 그냥 방치하지 않도록 자극을 주고 있다.
그게 요즘 유랑쓰 유튜브고 그들의 인스타그램 과거 글들이다.
아파트를 잘 팔아야 한다는 마지막 핑계까지만 봐줄테니 그 이후에는 이런 집이나 차같은거에 내 인생을 걸지말고
매일매일 새롭고 즐겁게 살아가야 겠다.



그리고 3번째 일기
https://etfplant.tistory.com/m/1434

ep 3. 조기은퇴, 할 수 있을까 의심하지 말고 어떻게든 해내자.

오후 5시 7분, 협력업체로부터 전화가 왔다. 안받았다. 8 - 5 근무시간으로 쳐도 퇴근 이후에 오는 전화였고, 오늘은 연차내고 쉬는 날이었기 때문에 더 받을 이유가 없었다. 이 전화까지 받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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